본문 바로가기
알고 살자, 법률 한 스푼

말로만 한 계약도 법적 효력이 있나요? '구두 계약'의 진실

by 걷어낸구름 2025. 9. 10.

남 얘기 같지 않은 이야기

“사장님, 이사 청소 맡길게요. 견적대로 내일 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근데 갑자기 다른 업체에서 더 싸게 해준대서… 죄송하지만 취소할게요.”

“아니, 분명히 구두로 계약했는데 이제 와서 취소라니요? 저는 이미 다른 일정도 취소했는데….”

 

일상생활에서 '말로만' 약속하거나 계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일 오전에 전화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 물건 살게요" 등 가벼운 말 한마디가 오가는데, 이런 '구두 계약'이 과연 법적인 효력을 가질까요? '계약서는 서명해야 진짜 계약'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말로만 한 계약이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는지에 대한 실제 법원 판례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과 주의점을 살펴볼게요.


사연의 주인공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친구 사이인 A씨와 B씨입니다. B씨가 A씨에게 "내일 3천만 원에 내 중고차를 살게. 계약금으로 100만 원 보낼게"라고 말했고, A씨는 "알았다"고 대답했습니다. B씨는 즉시 A씨에게 계약금 1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A씨는 B씨에게 "더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너한테 차를 팔 수 없겠다. 계약금은 돌려줄게"라고 통보했습니다. B씨는 A씨가 약속을 어겼다며, A씨를 상대로 계약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는 "말로만 한 거라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사례 참고: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XXXX 판례)


법의 눈으로 본 이 사건

법원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을 '구두 계약의 유효성'으로 보았습니다. A씨는 계약서가 없으니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 '합의'가 곧 계약: 민법상 계약은 "양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될 때" 성립합니다. 즉, 계약서는 계약이 성립했음을 증명하는 '증거'일 뿐이지, 계약 자체를 성립시키는 조건이 아닙니다. A씨와 B씨가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B씨가 실제로 계약금까지 송금했으므로 이미 유효한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 배신의 대가: A씨는 계약이 성립된 상황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파기했으므로, 이는 '채무 불이행'에 해당합니다. A씨는 계약금의 배액인 200만 원을 B씨에게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계약은 반드시 문서로 작성되어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구두 합의만으로도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제는 알고 있어야 할 현실

  • '말로만' 한 것도 법적으로 유효해요: "나중에 만나서 계약서 쓰자"는 말은 계약을 미루는 것이지만, "알겠습니다"와 같은 명확한 합의가 있었다면 이미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증거 확보가 생명이에요: 구두 계약의 가장 큰 문제는 '증명'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문자, 카카오톡, 통화 녹음, 증인 등 계약이 성립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법이 알려주는 현명한 대처법

  • 중요한 약속은 '문자로' 남기세요: 구두로 약속을 했다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000에 000하기로 한 거 맞죠?"와 같이 문자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 계약금은 확실한 증거: 상대방에게 일부라도 금전을 송금하는 것은 '계약의 이행'으로 간주되어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억합시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말'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신중하게 발언하고 중요한 약속은 반드시 기록을 남겨두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