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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살자, 법률 한 스푼

건물 앞 인도에서 넘어졌는데, 건물주에게 책임이 있나요?

by 걷어낸구름 2025. 9. 17.

남 얘기 같지 않은 이야기

“여기 건물 입구 계단이 너무 미끄러워서 넘어졌는데, 책임 좀 져주세요!”

“아니, 여긴 공공도로인데 왜 저한테 책임을 묻는 거죠? 저희는 건물주라서 책임 없어요!”

“넘어진 건 내 잘못이라지만… 관리가 너무 엉망인 거 아닌가요?”

 

겨울철 눈이 쌓이거나, 비 오는 날 물기가 잘 빠지지 않는 건물 앞 인도나 계단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럴 때 피해자는 '이건 건물주 책임'이라고 주장하지만, 건물주는 '여기는 내 땅이 아니라 공공도로'라고 맞서며 책임을 회피하려 합니다.

 

과연 건물주에게는 건물 앞 인도나 계단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을까요? 오늘은 건물 앞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실제 법원 판례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을 살펴볼게요.


사연의 주인공들

이 사건의 주인공은 한 상가 건물 앞 계단을 내려오다 미끄러져 크게 다친 A씨입니다. 당시 계단에는 고인 물이 있었고, 미끄럼 방지용 고무판이 훼손되어 있었습니다. A씨는 병원 치료를 위해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A씨는 건물주 B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를 요구했지만, B씨는 "이 계단은 건물의 일부가 아닌 공용 부분이며, 관리 책임은 관할 구청에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사례 참고: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XXXX 판례)


법의 눈으로 본 이 사건

법원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을 '건물주에게 계단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는가'로 보았습니다.

  • 공작물 관리 책임: 민법 제758조에 따르면,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작물'은 건물, 도로, 다리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 건물주의 책임 범위: 법원은 이 사건 계단이 비록 공공 통행에 이용되더라도, 건물의 출입구에 설치되어 상가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목적을 가지므로 '건물의 시설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건물주 B씨가 미끄럼 방지 고무판이 훼손된 것을 알고도 방치한 것은 관리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건물주는 자신의 소유물이 타인에게 위험을 야기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방치하여 사고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하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제는 알고 있어야 할 현실

  • 건물주의 책임은 건물 밖까지 이어집니다: 건물과 직접 연결되어 있거나, 건물의 이용을 위해 필수적인 계단, 통로 등은 비록 공공재라도 건물주에게 관리 책임이 있습니다. '공공 부분'이라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 사고의 원인이 '시설 결함'이라면: 사고가 단순히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미끄럼 방지 시설 미비, 파손된 계단 등 건물 시설의 하자로 인해 발생했다면 건물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법이 알려주는 현명한 대처법

  • 증거는 철저히 확보하세요: 사고가 발생했다면 즉시 현장의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두세요. 사고 원인이 되는 시설물의 하자(결빙, 파손 등)를 구체적으로 촬영하고,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목격자를 확보하면 좋습니다.
  • 건물주는 정기적인 관리와 점검이 필수: 건물주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상시에 건물 주변을 꼼꼼히 점검하고 보수해야 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제설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기억합시다!

건물주는 단순히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고객이나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건물 외부까지 관리할 법적 책임이 있습니다. 내 책임이 아닐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