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 같지 않은 이야기
“자기야, 나 이번에 차 살 때 돈이 좀 부족한데, 100만 원만 빌려줄 수 있을까? 다음 달 월급 받으면 바로 갚을게.”
“그럼~ 당연하지. 나한테는 언제든지 말해!”
“고마워, 사랑해!”
연인 사이에서 생활비, 학자금, 혹은 큰 금액을 빌려주거나 받으면서 '언젠가는 갚겠지'라고 생각한 적 있으시죠?
하지만 관계가 끝나면,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은 "그거 빌려준 게 아니라 그냥 준 거 아니야?"라고 주장하고,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과연 연인에게 준 돈은 '선물(증여)'일까요, 아니면 '빌려준 돈(대여금)'일까요?
오늘은 연인 간 금전 거래에 대한 실제 법원 판례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과 주의점을 살펴볼게요.
사연의 주인공들
이 사건의 주인공은 5년간 연인 관계였던 A씨와 B씨입니다.
A씨는 동거 생활 중 B씨가 생활고에 시달리자 B씨 명의의 아파트를 마련해주기 위해 수억 원을 B씨에게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헤어지게 되었고, A씨는 B씨에게 보냈던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B씨는 "A씨가 나에게 준 돈은 사랑의 선물(증여)이었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했고,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사례 참고: 2017년 대법원 2017다XXXX 판례)
법의 눈으로 본 이 사건
법원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을 'A씨가 B씨에게 돈을 줄 때 반환을 약속했는지'로 보았습니다.
- 증여와 대여금의 차이: '증여'는 무상으로 재산을 주는 것을 뜻하며, '대여금'은 빌려준 돈을 다시 돌려받을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A씨는 돈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법적으로 그 의사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 증거의 중요성: 법원은 연인 관계에서 오가는 금전 거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여'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A씨가 돈을 보낸 사실은 명확했지만, '빌려준 돈'이라는 증거는 부족했습니다. 차용증이나, "언제까지 갚아줘"와 같은 문자 메시지, 통화 녹음 등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연인 사이에 주고받은 거액의 돈이라도 반환을 약속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증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제는 알고 있어야 할 현실
- '증여'와 '대여금'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갚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 사랑한다고 다 용서되는 게 아니에요: 연인 관계라 하더라도 금전 거래는 신중해야 합니다. "설마 헤어지겠어?"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법이 알려주는 현명한 대처법
- 증거를 남겨두세요: 연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반드시 차용증을 작성하거나, 최소한 "빌려주는 돈" "대여금" 등의 메모를 남겨두세요.
- 계좌 이체 시 메모 활용하기: 은행 앱으로 송금할 때 메모란에 '생활비 대여금', '차량 구매 대여금' 등 용도를 명확히 적어두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 작은 습관이 추후 큰 분쟁을 막아줍니다.
기억합시다!
사랑과 돈은 별개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돈 문제에 있어서는 공적인 관계처럼 신중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명확하게 약속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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