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 같지 않은 이야기
“사장님, 이 핸드폰 상태 괜찮나요?”
“네, 깨끗하게 썼고 아무 문제없습니다. 개인 거래라 환불은 안 돼요.”
“네, 알겠습니다.”
며칠 후…
“아니, 이거 왜 갑자기 전원이 안 켜지지? 사장님, 전화 좀 받아보세요!”
“이미 샀으니 제 책임 아니라고요? 그냥 사기당한 건가…”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사고팔아본 경험, 있으시죠?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고장 나 있거나 판매자가 설명한 것과 달라서 난감했던 적이 있을 겁니다.
흔히 '개인 거래라 환불 불가'라는 말에 속앓이만 하는데요.
과연 정말로 환불받을 수 없을까요?
오늘은 중고 거래에서 발생한 하자와 관련된 법원 판례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과 권리를 살펴볼게요.
사연의 주인공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노트북을 구매한 A씨입니다.
A씨는 판매자 B씨가 "상태 최상, 배터리도 문제없다"고 한 말을 믿고 50만 원에 노트북을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노트북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고, 서비스센터에 문의하니 이미 오래전부터 하자가 있었던 배터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A씨가 B씨에게 환불을 요구했지만, B씨는 "거래할 때 확인하지 않았느냐, 개인 거래라 환불은 절대 안 된다"며 연락을 끊었습니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액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사례 참고: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나XXXX 판례)
법의 눈으로 본 이 사건
법원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을 '판매자 B씨가 하자(결함)를 알고도 속였는지'로 보았습니다.
B씨는 '개인 거래라 환불 불가'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 매도인의 담보 책임: 민법 제580조에 따르면, 매도인은 물건에 하자가 없을 것을 보증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도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구매자는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개인 거래'의 한계: 법원은 B씨가 배터리 하자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문제없다"고 거짓말한 것은 단순한 '개인 거래'의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중고 물품 거래라 하더라도 판매자가 중요한 하자를 알고도 숨겼다면, 구매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결하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제는 알고 있어야 할 현실
- '개인 거래 환불 불가'는 절대적이지 않아요: 판매자가 단순 변심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물건의 중대한 하자를 속였다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 '사기죄'로도 이어질 수 있어요: 만약 판매자가 처음부터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멀쩡한 것처럼 속여서 돈을 챙겼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법이 알려주는 현명한 대처법
- 구매자라면: 물건을 구매하기 전 판매자와 충분히 소통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하자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세요. 대화 내용은 캡처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판매자라면: 물건의 상태를 솔직하게 알려주세요. 약간의 하자가 있다면 숨기지 말고, 구매자에게 미리 알려야 나중에 법적 분쟁에 휘말릴 일이 없습니다.
기억합시다!
중고 거래도 엄연한 '계약'입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이기에 정직함은 필수입니다.
'개인 거래'라는 말 뒤에 숨어 상대방을 속이려 한다면,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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