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 같지 않은 이야기
“아버지가 편찮으셨을 때 병원비, 생활비 모두 제가 감당하며 10년간 모셨습니다. 그런데 연락 한 통 없던 동생이 아버지 장례식에 나타나 상속 재산의 절반을 달라고 하네요. 이렇게 연락 끊고 살던 자식도 똑같이 상속받는 게 정당한가요?”
부모님을 혼자서 힘들게 부양해왔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던 형제자매가 부모님 사후에 나타나 똑같은 상속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리'를 다한 자식으로서는 억울하고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법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할까요? 오늘은 '상속 결격 사유'와 '기여분'에 대한 실제 법원 판례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과 권리를 살펴볼게요.
사연의 주인공들
이 사건의 주인공은 10년 이상 홀로 아픈 아버지를 부양해온 자녀 A씨입니다. A씨는 아버지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모두 부담하며 헌신적으로 돌보았습니다. 반면 동생 B씨는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지내며 어떠한 부양 의무도 다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B씨는 나타나 아버지의 상속 재산을 법정 상속 비율대로 1/2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A씨는 B씨는 상속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며, B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사례 참고: 2017년 서울가정법원 2017느단XXXX 판례)
법의 눈으로 본 이 사건
법원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을 '상속 결격 사유'와 '기여분'으로 보았습니다.
- 상속 결격 사유는 엄격히 제한: 민법은 상속인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상속 결격 사유'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의로 피상속인(사망자)을 해치거나, 유언서를 위조하는 등 명백한 범죄 행위에 한정됩니다. 법원은 "단순히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한 것만으로는 상속인 자격을 박탈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기여분을 인정: 하지만 법원은 A씨의 헌신적인 부양 행위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A씨가 아버지의 재산 유지 및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고 인정하며, A씨의 기여분을 상속 재산의 50%로 결정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B씨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는 없지만, A씨의 헌신적인 부양은 특별한 기여분에 해당하므로, 전체 상속 재산 중 절반을 A씨에게 먼저 분배한 후 남은 재산을 A씨와 B씨가 똑같이 나눠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제는 알고 있어야 할 현실
- '부양 의무 소홀'은 상속 결격 사유가 아닙니다: 도덕적인 비난과는 별개로, 법은 상속권을 쉽게 박탈하지 않습니다.
- '기여분'을 주장해야 합니다: 부모님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 증식에 기여한 경우, '기여분'을 통해 상속분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법이 알려주는 현명한 대처법
- 증거를 철저히 남기세요: 병원비, 생활비 등 부양에 들어간 지출 내역을 모두 증빙할 수 있도록 영수증과 계좌이체 내역 등을 보관하세요.
- 다른 형제와 협의: 가급적이면 형제들과 대화로 합의를 시도하고, 협의가 불가능할 경우 소송을 통해 기여분을 인정받으세요.
- 유언장: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공증된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여 상속 분배에 대한 명확한 뜻을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억합시다!
자식이라면 누구나 상속받을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에는 '도리'에 대한 법의 판단도 함께합니다. 법은 당신의 헌신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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