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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살자, 법률 한 스푼

내 땅에 댄 차, 왜 마음대로 못 빼나요? 사유지 주차 전쟁, 법은 누구의 편일까?

by 걷어낸구름 2025. 8. 25.

남의 얘기 같지 않은 이야기

“아니, 남의 차가 왜 우리 집 주차장에 자꾸 대는 거야?”

“차 빼달라고 전화해도 안 받고, 주차 금지 팻말까지 붙여놨는데, 정말 너무하네!”

 

내 집, 내 가게 앞에 무단으로 주차된 차 때문에 속 끓여본 적 있으시죠?

내 땅인데도 함부로 차를 빼라고 할 수 없는 현실에, "내 땅에 내가 주차도 못하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과연 내 소유의 땅에 불법으로 주차된 차를 마음대로 견인하거나 막아놓아도 괜찮을까요?

오늘은 사유지 불법 주차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과 주의점을 알아볼게요.


사연의 주인공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자신의 상가 주차장 입구를 상습적으로 막는 차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A씨입니다.

A씨는 결국 주차장 입구를 막고 있던 B씨의 차량 앞에 자신의 차량을 세워 B씨의 차량이 나가지 못하게 막아버렸습니다.

A씨는 "내 상가 주차장 입구를 막은 것은 B씨가 먼저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B씨는 A씨의 행위 때문에 약속 장소에 늦었고 정신적 피해까지 입었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됩니다.

 

(실제 사례 참고: 2017년 대법원 2017도XXXX 판례)


법의 눈으로 본 이 사건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가'를 가장 큰 쟁점으로 삼았습니다.

A씨는 "내 땅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현행범'이 아니다: B씨가 주차장 입구를 막은 행위는 이미 과거에 완료된 상태이며, A씨가 B씨의 차량을 막은 것은 B씨의 차량이 다시 움직이려고 할 때였습니다. 즉, 긴급하고 부당한 침해 행위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 과도한 행위: A씨는 B씨의 차량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A씨가 B씨의 차량을 막아놓은 행위는 B씨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자유로운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상대방의 재물을 임의로 손상하거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사적인 보복 행위는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제는 알고 있어야 할 현실

  • 내 땅이라고 무조건 견인할 수 있을까?: 사유지 내 무단 주차는 원칙적으로 경찰이나 구청에서 단속할 권한이 없습니다. 견인 조치 역시 법적으로는 견인 업체와 차량 소유주 간의 '계약'이 필요한 부분으로, 함부로 견인을 요청했다가는 역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습니다.
  • 차량을 못 움직이게 막아도 될까?절대 안 됩니다. 위 사례처럼 무단 주차한 차량을 다른 차량으로 막아 놓거나, 고의로 차량에 손상을 입히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 재물손괴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단 주차는 사유지 침범에 해당하지만, 사적 제재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민사 소송(손해배상 청구)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법이 알려주는 현명한 대처법

  • '주차금지' 경고문을 명확하게: 주차금지 안내판에 '경고문을 무시하고 주차 시 견인 및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와 같이 명확한 문구를 기재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 CCTV 설치 및 녹화: 무단 주차 차량의 번호와 주차 시간 등을 기록해두면 추후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 '주차 스티커' 활용: 차량에 연락처를 남겨두지 않은 경우, 차량 이동을 요청하는 경고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단, 스티커를 떼어내기 어렵게 만들거나 차량에 흠집을 내는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기억합시다!

내 재산권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법은 사적인 보복 행위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답답하더라도 감정에 앞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