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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살자, 법률 한 스푼

'무료 체험' 후 자동 결제, 환불받을 수 없나요? '정기 구독'의 함정

by 걷어낸구름 2025. 9. 23.

남 얘기 같지 않은 이야기

“여기 '한 달 무료 체험'이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한 달 뒤에 보니까 제 통장에서 1년치 금액이 자동 결제됐네요?”

“고객님, 가입 시 약관에 동의하셨습니다. '체험 기간 종료 후 자동 결제'라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앱이나 서비스가 '한 달 무료 체험', '3개월 무료 이용' 등을 내세우며 고객을 유치합니다. 하지만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면 별도의 안내 없이 유료 서비스로 자동 전환되고, 결제 금액이 청구되어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관에 동의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듣고 그냥 포기해야 할까요?

 

오늘은 무료 체험 후 자동 결제로 인한 분쟁에 대한 실제 법원 판례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과 권리를 살펴볼게요.


사연의 주인공들

이 사건의 주인공은 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의 '30일 무료 체험' 이벤트에 가입한 대학생 A씨입니다. A씨는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난 후 더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A씨의 신용카드에서 1년간의 유료 이용료 12만 원이 자동으로 결제되었습니다.

 

A씨는 업체 측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가입 시 약관에 동의했다"며 환불을 거부했습니다. A씨는 약관에 자동 결제에 대한 내용이 있었지만, 너무 작은 글씨로 되어있어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사례 참고: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XXXX 판결)


법의 눈으로 본 이 사건

법원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을 '자동 결제에 대한 고지 의무'로 보았습니다.

  • 고지 의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터넷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계약의 중요 사항을 명확하게 고지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약관에 끼워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눈에 띄게 표시해야 합니다.
  • 불공정 약관: 법원은 업체 측이 자동 결제 조항을 약관의 작은 글씨 속에 숨겨놓은 것은 소비자의 의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행위로 보았습니다.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며,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업체가 소비자의 계약 해지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자동 결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므로, A씨에게 결제된 금액을 전액 환불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제는 알고 있어야 할 현실

  • '약관에 동의했다'고 무조건 책임지는 건 아니에요: 약관에 명시된 내용이라도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중요 사항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업체는 결제일 전에 알려줘야 해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동 결제일이 다가오기 전에 소비자에게 결제 예정 금액과 날짜를 문자나 이메일 등으로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이 알려주는 현명한 대처법

  • 결제 약관은 꼼꼼히 확인하세요: '무료'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결제 금액과 자동 전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가입하세요.
  • 소비자원에 상담하세요: 만약 부당한 자동 결제로 피해를 입었다면, 즉시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면 빠르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기억합시다!

무료 체험 서비스의 자동 결제는 많은 소비자들이 겪는 문제입니다. 약관에 숨겨진 함정을 파고드는 업체에 당황하지 말고,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