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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살자, 법률 한 스푼

집주인이 '벽지 원상복구' 요구?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 어디까지일까?

by 걷어낸구름 2025. 9. 24.

남 얘기 같지 않은 이야기

“이사 나갈 때 보니까 벽지가 좀 변색됐고, 못 자국도 몇 개 있네요. 원상복구 비용 50만 원 보증금에서 제할게요.”

“아니, 3년 살았는데 벽지가 변색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못 자국도 조금밖에 없는데… 보증금에서 그렇게 많이 빼가는 건 너무한 것 같아요!”

 

전셋집이나 월셋집에서 살다가 이사 나갈 때, 집주인과 '원상복구(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 비용을 두고 다투는 일이 흔합니다. 집주인은 "처음 들어올 때와 똑같이 해놔라"고 주장하지만, 사는 동안 자연스럽게 생기는 흠집이나 마모까지 전부 책임져야 하는지 헷갈리죠.

 

과연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는 어디까지일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실제 법원 판례를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과 권리를 살펴볼게요.


사연의 주인공들

이 사건의 주인공은 한 빌라에서 2년간 거주한 임차인 A씨입니다. A씨는 이사 나갈 때 집주인 B씨와 집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B씨는 벽에 걸어둔 액자 때문에 생긴 못 자국 몇 개와 생활하면서 생긴 마루 바닥의 흠집, 그리고 벽지의 일부 변색을 지적했습니다.

 

B씨는 "이것은 모두 A씨가 원상복구해야 할 부분"이라며, 도배와 마루 보수 비용으로 보증금에서 100만 원을 공제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A씨는 이는 '통상적인 생활에 따른 마모'라며 반발했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사례 참고: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XXXX 판례)


법의 눈으로 본 이 사건

법원은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을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 범위'로 보았습니다.

  • 통상적 손모(마모)는 임차인 책임 아님: 민법 제615조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조항을 '통상적인 사용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마모나 손상(통상적 손모)'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책임지지 않는다고 해석했습니다.
  • 집주인의 책임: 액자 못 자국, 생활 스크래치, 벽지 변색 등은 통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집주인)이 부담해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임차인의 과실로 인한 명백한 파손(예: 큰 구멍, 담배 자국 등)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원상복구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임차인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해 발생한 손모에 대해서는 원상복구 의무가 없다"고 판결하며, 집주인 B씨가 부당하게 공제한 금액을 A씨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했습니다.


이제는 알고 있어야 할 현실

  • '생활 흠집'은 집주인 몫입니다: 살면서 발생하는 작은 흠집이나 변색은 임차인이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임대료에 포함된 비용이라고 법원은 판단합니다.
  • 입주 시 집 상태를 반드시 기록하세요: 이사 들어올 때 이미 있었던 흠집을 두고 집주인과 다툴 수 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집 안 곳곳을 찍어두면 나중에 좋은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법이 알려주는 현명한 대처법

  • 이사 전후로 증거 확보: 이사 들어가기 전과 나갈 때 집 안 곳곳을 상세히 촬영하세요.
  • 불합리한 요구는 거절하세요: 집주인이 과도한 원상복구 비용을 요구한다면, "생활에 따른 자연스러운 손상이며, 이는 임차인의 책임이 아니라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고 정중하게 설명하세요.

기억합시다!

보증금은 집주인의 '수리비'가 아닙니다. 살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손상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습니다. 억울하게 보증금에서 돈을 떼이지 말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세요.